[박준형 목사] 성도의 격(格)
수 21:1-7 박준형 목사(드림교회, 국제독립교회연합회)
가나안 땅 실로에서 중요한 회의가 있었습니다. 레위 사람들의 족장들이 제사장 엘르아살과 눈의 아들 여호수아, 그리고 이스라엘 각 지파의 족장들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여호와께서 모세를 통해 우리에게 명령하시기를, 레위 지파가 살 성읍들과, 레위 지파의 가축을 기를 목초지를 주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이스라엘 자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자신들의 기업 가운데서 성읍들과 목초지를 떼어서 레위 사람들에게 내어줍니다. 그들의 형제애와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렇게 제비를 뽑아 레위 지파를 위한 분배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먼저 그핫 가족 가운데 아론의 자손들은 유다, 시므온, 베냐민 지파에서 제비 뽑은 대로 성읍을 받았는데, 그 수가 열세 성읍이었고, 그핫 자손 중 남은 이들도 에브라임, 단, 그리고 므낫세 반 지파에서 열 성읍을 받았습니다.
또한, 게르손 자손들에게는 잇사갈, 아셀, 납달리, 그리고 바산에 있는 므낫세 반 지파로부터 열 세 성읍이 주어졌고, 므라리 자손들은 르우벤, 갓, 스불론 지파로부터 열두 성읍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레위 사람들은 각 지파로부터 성읍과 목초지를 분배받아, 그들의 삶과 사역을 이어갈 수 있게 됩니다.
레위인에게 있어서 ‘하나님이 그들의 기업’이라는 말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즉 여호와가 그들의 기업이라는 선언은 레위인의 생계가 토지 수익이 아니라 예배 질서 속에서 공급되는 몫에 의해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레위인은 하나님의 선언하심 속에서 십일조와 함께 제사와 관련된 몫(제물의 일부 등)을 통해 생활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레위인을 무소유로 낭만화하려는 장치가 아니라, 그들의 지속적인 성소 봉사를 위한 공동체적인 처우였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오늘날에도 목회자를 처우하곤 합니다.
레위 지파를 향한 이러한 처우는 그들의 소속의 중심이 땅이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데 있습니다. 즉 다른 지파가 땅을 통해 자리를 확보한다면, 레위인은 하나님과 그 예배에 붙들리는 방식으로 위치를 확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땅이 정체성의 기반이 되기 쉬운 사회에서, 레위인의 삶이 하나님 중심성이 되도록 하나님께서 직접 제도적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레위인은 성소 봉사를 위해 구별된 삶을 살았습니다. 하나님이 그들의 기업이라는 의미는, 레위인의 삶이 하나님과의 관계, 즉 거룩함과 헌신과 율법 준수와 교육에 의해 규정되어야 함을 뜻합니다.
레위인에 대한 잦은 오해가 있습니다. 즉 레위인은 가난해야 한다는 오해입니다. 성경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레위인을 무소유자로 미화하기보다는, 예배와 사역이 공동체 안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일꾼을 지탱하고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와 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레위인이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다는 것은 성경의 사실과는 다른 오해입니다. 지파로서의 기업이 하나님이라는 특별성으로 인해서 농사를 주업으로 하기 위한 토지는 그들에게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들이 거주해야 할 성읍과 가축을 키우기 위한 목초지는 다른 지파들로부터 각각 필요한 만큼 분배받았습니다.
그러므로 레위인에게 “하나님이 그들의 기업”이라는 말은 결코 추상적 낭만이 아니며, 그들이 하나님께 직접적으로 소속되었으며, 땅에서는 다른 지파로부터 나오는 기업의 나눔과 십일조와 제사로 드려진 몫을 통해 삶을 영위하였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지속적인 하나님의 사역을 구현하기 위함입니다.
오늘날 성도의 입장은 제사장으로서 하나님께 직접 나아가는 신분과 레위적 원리에 따라 공동체를 섬기는 일이 함께 성립하는 자리입니다. 즉 성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과 구별되어 예배와 봉사, 그리고 삶 속에서의 언약공동체를 유지하도록 부름받은 직분이며, 그 사명을 가능케 하는 하나님의 부르심과 은사, 그리고 능력과 변화를 은혜로 받은 자들입니다. 부름받은 성도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며 하나님의 은혜 안에 거하는 삶을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