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형 칼럼] 가치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지 않는다

AGI 가치관 형성에 미치는 영향, 기술을 어떤 규범 아래 두느냐 사람 마음속 ‘표준’ 재구성 가능 하나님 나라 가치 잘 붙들어야 질문 붙들어야, 휩쓸리지 않고 중요한 가치에 삶 맡길 수 있어

2025-12-28     뉴스포유
▲AI와 가치관의 문제

가치관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반복해서 접하는지, 무엇을 권위 있는 기준으로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생각과 판단 방향이 조금씩 형성됩니다.

사람은 스스로 판단한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자주 듣는 말과 자주 보는 기준이 마음속에 ‘표준’처럼 자리잡아 선택을 이끌어 갑니다. 그렇기에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피할 수 없습니다.

“AI 시대, 누가 우리의 가치관을 가르치고 있는가?”

기독교 신앙의 중심에는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하나님 나라 가치관은 세상의 가치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힘·성과·효율을 기준으로 삼는 세상의 질서와 달리, 하나님 나라에서는 섬김과 낮아짐의 가치, 약자와 가난한 자에 대한 우선적 돌봄, 원수까지 포함하는 사랑과 용서, 소유보다 나눔, 경쟁보다 공동체가 기준이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실제 섬김과 희생으로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을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가르침은 초대교회의 삶을 실제로 변화시켰습니다. 재물을 나누고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가 형성됐고, 성적 순결과 정직 같은 삶의 규범에서도 당시 사회와 구별되는 높은 기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은 단지 머리로 배우는 교리가 아니라, 공동체의 선택과 생활방식을 바꾸는 힘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가치관이 체계적으로 ‘주입’돼 사회를 왜곡한 역사적 사례도 존재합니다. 아돌프 히틀러는 교육과 선전, 청소년 조직을 통해 나치 이념을 확산시켰고, 지도자 숭배와 맹목적 복종, 인종차별과 군국주의를 자연스러운 가치로 받아들이게 만들었습니다. 이 사례는 가치관이 개인의 내면에서 저절로 자라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누가 표준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사회 전체가 쉽게 재편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AI, 나아가 AGI는 과거 어떤 매체보다 강력한 ‘표준 제공자’가 될 가능성을 지닙니다. AI는 단순히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답을 반복해서 접하는지를 통해 무엇이 합리적이고 정상적이며 바람직한지에 대한 감각을 서서히 바꿀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표준이 설계자의 철학, 훈련 데이터 편중, 최적화 목표, 그리고 권력의 의도에 따라 특정 방향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AI와 AGI가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설계 단계에서 이미 특정 가치가 반영될 수 있고, 훈련 데이터에 담긴 편견과 고정관념이 그대로 재현될 수도 있습니다.

“AI가 말하면 객관적이다”라는 인식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AI 판단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기준을 서서히 바꿀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AGI가 권력과 결합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권위주의 체제가 AGI를 활용해 국민의 행동을 감시·평가하고, 사회적 신용 점수와 같은 제도로 삶을 규율한다면, 사람들은 AI의 평가를 의식하며 순응적인 존재로 변해 갈 수 있습니다.

또 AGI를 통해 정교한 거짓 정보와 여론 조작이 확산되면,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흐려지고 사회 윤리는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인권과 정의, 연대와 같은 보편적 가치는 약화되고, 질서와 복종만을 강조하는 왜곡된 가치가 강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결론은 분명합니다.

AGI가 가치관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기술의 성능 그 자체보다, 사회가 그 기술을 어떤 규범과 책임 아래 두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기술은 중립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어떤 목표로 작동하고 어떤 기준 속에서 유통되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속 ‘표준’을 조용히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더욱 분명하게 붙드는 일입니다. 동시에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기준이 일상에 스며들어 우리의 판단을 대신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기 위해 깨어 있어야 합니다.

AI 시대의 질문은 단순히 ‘무엇이 더 편리한가’에 머물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반복해서 듣고 따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그 기준이 어느새 우리의 가치관을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다시 묻게 됩니다.

“AI 시대, 누가 우리의 가치관을 가르치고 있습니까?”

이 질문을 붙드는 순간에만, 우리는 가장 익숙하고 가장 권위 있어 보이는 목소리에 휩쓸리지 않고, 어떤 가치에 삶을 맡기며 살아갈 것인지를 분별하며 결단할 수 있습니다.

▲박순형 목사.

 

▲박순형 목사.

 

 

박순형 목사

웨이크신학원 교수
‘AI 시대 과학과 성경’ 강의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서기
극동방송 칼럼. 국민일보 오늘의 QT 연재
(주)아시아경제산업연구소 대표이사
이학박사(Ph.D.)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M.Div)
필리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