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형 칼럼] 왜 꼭 얼굴이어야 합니까?
안전성 충분한지 의문 제기돼 원천자료 남용 가능성도 우려 통신사 고객정보 유출 경험도 얼굴, 비번처럼 바꾸지도 못해 손바닥 정맥 인증 현실적 대안 사람, 인증 대상? 하나님 형상
2025년 12월 23일부터 정부가 휴대전화 개통 절차에 안면인식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목적이 대포폰 차단과 보안 강화라고 하지만, 취지와 달리 기술적 실효성·기본권·프라이버시 측면의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첫째, 안면인식이 ‘안전’을 충분히 담보하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안면인식은 ‘본인 확인 강화’를 목표로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술적 한계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이미 고화질 사진 한 장만으로 안면인증을 우회한 사례가 보고되면서, 안면인식이 오히려 새로운 범죄를 양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여기에 딥페이크 기술 발달은 새로운 위협으로 거론됩니다. 2024년 중국에서는 악성 앱이 얼굴 사진을 탈취해 합성 영상으로 금융권 안면인증을 우회한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더 근본적으로 범죄는 기술만으로 차단되기 어렵습니다. 돈을 받고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여러 대 개통해 넘기는 사례가 확인되는 만큼, 범죄자들이 취약계층을 ‘우회로’로 삼을 수 있고, 오히려 새로운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범죄자들은 기술의 빈틈을 파고들기 위해 사람을 동원하는 등 방법을 바꾸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묻게 됩니다. 안면인증 하나로 모든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기대가 과연 현실적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둘째, 기술을 넘어 더 근본적인 문제는 ‘남용’ 가능성입니다.
안면인식 제도는 한 번 인프라가 구축되면, 처음 도입된 목적을 넘어 다른 용도로 확장될 위험이 늘 따라옵니다. 정부는 자료를 폐기한다고 말하지만, 통계 처리나 제도 운용을 이유로 원천자료 또는 가공자료가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국민 사이에서 제기됩니다.
더구나 인프라가 확대되고 데이터가 축적되면, 다른 정부 부처나 수사기관이 충분한 법적 근거 없이 활용할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사례가 자주 거론됩니다. 중국은 2019년 12월부터 모바일 SIM(휴대전화 번호) 등록 시 안면인식 스캔을 의무화했고, 신규 가입자에게 시행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표면상 명분은 통신 범죄 차단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 통제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중국식 감시 인프라로 가는 첫걸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아가 통신 분야에서 시작된 얼굴 인증이 민간영역 전반으로 확대되고 거리의 CCTV와 결합해 개인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익명으로 자유롭게 존재할 권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집니다.
셋째, 국민 불안은 현실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2023년 통신사 고객정보 유출과 대형 플랫폼 개인정보 유출이 이어지며 ‘내 얼굴 정보까지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얼굴 정보는 유출돼도 비밀번호처럼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뢰가 무너진 자리에서 필수 서비스와 결합한 생체정보 요구는 쉽게 ‘강제’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국가 권세의 필요를 인정하되, 그 권세가 하나님 앞에서 제한되며 인간의 존엄과 양심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배웁니다. 그러므로 필요한 것은 ‘강행’이 아니라 ‘재구성’입니다.
정부와 통신사는 안면인증 외에도 금융권·공공기관·민간 영역에서 합법적 본인확인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문, 홍채인식, PIN, 영상통화 인증 등 다양한 본인 확인 수단을 제도적으로 검토하고,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체 기술로 거론되는 ‘손바닥 정맥 인증’은 손바닥 피부 아래 있는 정맥(혈관) 패턴을 근적외선으로 촬영해 미리 등록된 정맥 패턴과 일치 여부를 비교하는 생체 인증 기술로, 10년 이상 심각한 보안 사고 보고 없이 운영된 사례가 있고 국제표준으로도 인정받고 있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이처럼 범죄 악용 차단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면서도 이용자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대안 기술을 적극 도입·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제도는 투명한 설명, 법적 통제, 사회적 공론화, 그리고 선택권·거부권 보장을 통해 보완돼야 합니다. 안전은 중요하지만,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갉아먹는 방식으로 설계된 안전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신앙인의 눈으로 볼 때,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지 편의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인증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존재입니다. 정부와 사회가 이 사실을 잊지 않도록, 우리는 묻고, 살피고, 필요한 요구를 계속해 나가야 합니다.

▲박순형 목사.
박순형 목사
웨이크신학원 교수
‘AI 시대 과학과 성경’ 강의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서기
극동방송 칼럼. 국민일보 오늘의 QT 연재
(주)아시아경제산업연구소 대표이사
이학박사(Ph.D.)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M.Div)
필리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