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소수 기업 주도권 쥐기 쉬워
규제 논의? 거대 기업에만 유리
주도권 선점 유혹, 혁신기 반복
새 기술 나오면 ‘룰 쟁탈전’부터
정의와 질서, 인간 넘어선 데서
효율과 혁신→ 정의와 이웃사랑

▲관련 보도 화면. ⓒ서울경제TV
▲관련 보도 화면. ⓒ서울경제TV

과학기술은 인류 사회의 판을 여러 차례 바꿔 왔습니다. 그런데 혁신이 찾아올 때마다 한 가지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권력을 쥔 이들은 새로 열린 가능성 자체보다, 새 판의 ‘게임 규정’을 누가 정하느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는 점입니다.

인쇄술·산업혁명·인터넷을 거쳐 오늘의 AI로 이어지는 흐름은, 기술이 달라져도 ‘규칙을 선점하려는 욕망’이 얼마나 집요하게 되풀이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먼저 인쇄술을 보겠습니다. 15세기 중엽 금속활자는 지식의 유통을 폭발적으로 넓혔습니다. 그러나 지식의 대중화는 곧 기존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읽혔고, 권력은 곧장 ‘지식의 규정’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16세기 금서 목록을 통해 금지 서적을 공표했고, 잉글랜드 왕권은 면허와 독점을 부여해 출판과 유통을 검열했습니다.

그런데도 인쇄물의 확산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성경과 책이 유럽 전역으로 퍼지며 종교개혁을 포함한 큰 변화를 촉발했기 때문입니다. 권력은 룰을 쥐려 했지만, 역사의 흐름 전체를 멈추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다음은 산업혁명입니다. 증기기관과 공장제 생산은 경제 권력 지형을 뒤바꿨고, 자본은 시장의 규칙을 장악하려 했습니다. 그 상징이 ‘스탠더드 오일’입니다. 록펠러가 이끈 이 기업은 정제 석유의 약 90%를 통제하며 가격과 경쟁 질서를 사실상 좌우했고, 노동 조건도 초기에는 자본가의 의지대로 정해지기 쉬웠습니다.

그러나 독점 질서는 영원하지 않았습니다. 1890년 셔먼 반독점법이 제정되고, 1900년대 초 폭로와 여론이 높아지면서 연방정부는 독점 해체에 나섰습니다. 1911년 스탠더드 오일은 분할됐고, 시장의 룰은 사회와 법의 개입으로 다시 조정됐습니다. 새 기술이 새 부를 만들었지만, 그 부가 곧바로 ‘영원한 규칙’이 되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은 원래 개방형 네트워크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거대 플랫폼이 사실상 ‘디지털 문지기’가 됩니다. 구글·메타·아마존 같은 빅테크는 검색, 소셜미디어, 전자상거래를 통해 데이터와 트래픽을 집중시키고, 비공개 알고리즘으로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묻힐지를 결정합니다.

나아가 이들은 자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과 서비스 약관이라는 이름의 사적 규칙을 만들어 전 세계 수억 명의 온라인 생활에 영향을 미칩니다. 인터넷 시대에도 ‘룰을 쥔 자’가 나타난 것입니다. 다만 그 룰은 법 조문이 아니라, 코드와 약관의 형태로 작동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제 AI 시대입니다. AI는 막대한 데이터와 연산 자원을 필요로 하기에, 이를 가진 소수 기업이 주도권을 쥐기 쉽습니다. 샘 알트먼은 2023년 상원에서 AI 모델 개발에 대한 면허·검증 제도 필요성을 언급하며 규제를 제안했습니다.

일부 학자와 기술정책 관계자들은 이런 규제 논의가 결국 기존 거대 AI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규제 논의 자체가 곧 새로운 권력이 되고, 그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유혹은 기술 혁신기마다 반복돼 왔던 것입니다.

결국 역사는 한 가지를 말해줍니다. 새 기술이 오면, 권력은 늘 ‘룰’을 먼저 움켜쥐려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룰’ 쟁탈전은 ‘처음 보는 사건’이라기보다, 늘 보아 온 장면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기술의 효용을 말하기 전에 먼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가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말입니다. 그래서 AI 시대에 우리가 붙들어야 할 질문은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가?’가 아니라, ‘그 힘이 누구의 손에 쥐어지고, 누구를 위해 쓰이는가’입니다.

사람은 새 도구를 손에 쥐면, 룰을 자기 편으로 당기고 싶은 유혹을 늘 받습니다. 그 유혹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선 예에서 보았듯,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생겨났을 때 그 기술을 권력화하려는 세력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도는 항상 실패했습니다.

즉 궁극적으로 영원한 룰은 인간 손에서 나오기 어렵고, 정의와 질서의 근원은 인간을 넘어서는 자리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규칙을 만들기를 원하는 자들이 항상 주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효율과 혁신’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의와 이웃 사랑’을 기준으로 삼아, 그 기준이 공공의 규칙(룰)에 반영되도록 책임 있게 목소리를 내어야 합니다.

▲박순형 목사.

▲박순형 목사.

 

 

박순형 목사

웨이크신학원 교수
‘AI 시대 과학과 성경’ 강의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서기
극동방송 칼럼. 국민일보 오늘의 QT 연재
(주)아시아경제산업연구소 대표이사
이학박사(Ph.D.)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M.Div)
필리아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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