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저주, 일 자체 아닌 땀·고통
일, 단순히 먹고 사는 수단 아냐
많은 사람들 존재 가치와 삶의
방향 잃고 공허함 빠질 수 있어
일, 겸손 이끄시는 섭리적 도구
여백, 더 깊은 섬김과 제자도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2025년 말 피터 디아만디스의 팟캐스트에서 “대부분의 일자리가 AI와 로봇으로 대체되고, 마침내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는 ‘보편적 고소득’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다 해서 이상적인 세상이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분배와 규제, AI 통제, 로봇 소유권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마음의 전장’입니다. 생계의 압박이 줄어들수록 사람들은 시간이 남는다는 사실보다 먼저, 자극이 넘치는 현실과 맞닥뜨릴 가능성이 큽니다.
AI가 콘텐츠 생산 비용을 사실상 0에 가깝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영상·게임·소셜 피드·맞춤형 오락들이 개인의 취향을 따라 끊임없이 공급될 것입니다. 그러한 환경들은 주의력과 자기통제가 서서히 무너지는 중독의 일상화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현실의 관계와 역할을 대신하는 강력한 대체물이 되기 쉽고, 그 결과 왜곡된 소속과 정체성이 더 강하게 사람을 끌어당겨, 영적 둔감과 타락이 빠르게 진행될 위험도 커집니다.
성경은 이러한 현실을 다른 각도에서 비춥니다. 인간은 본래 에덴동산에서부터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을 수행하도록 지음을 받았습니다. 아담은 타락 이전에도 동산을 경작하고 지키라는 사명을 받았고, 타락 후에도 그 사명이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다만 타락 이후 하나님께서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이 흘러야(창 3:19)”라고 선언하심으로써, 해야 할 일이 고됨과 땀을 동반하는 현실로 바뀌었습니다. 다시 말해 성경이 말하는 저주는 사람이 일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 죄로 인해 해야 할 일이 고통과 땀을 동반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풍족하게 살고 싶다는 꿈은, 타락 후 피할 수 없게 된 현실을 건너뛰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읽힐 여지도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전망은 이러한 마음을 가진 자들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인간의 일을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만 좁혀 이해하는 관점이 머스크의 미래 전망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입니다.
성경에서 ‘일’은 단지 생계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맡기신 선하고 존귀한 소명입니다. 그래서 “여섯 날 동안 힘써 일하라(출 20:9)”는 계명은 생존 규칙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자리에서 성실하게 맡은 바를 감당하라는 부르심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은 아무 대가 없이 누리기만 하는 삶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바울 또한 “일하기를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살후 3:10)”고 단호히 경고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가 신앙의 삶과 양립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 이유는 먹고 사는 문제가 손쉽게 해결되는 환경은 인간 안의 나태를 자극해, 부지런함과 절제를 무너뜨리고 영적으로 둔감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노예제도를 가지고 있었던 나라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가장 깊은 위기는 ‘편해짐’ 자체가 아니라 목적의 상실입니다. AI 기술 발달로 일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면, 많은 사람이 존재 가치와 삶의 방향을 잃고 공허함에 빠질 수 있습니다.
특히 성도에게 맡겨진 일은 달란트를 사용해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는 통로이므로, 섬김과 유익을 낳는 실천이 약해지고 쾌락과 오락만 남게 되면 영혼의 성장은 자연히 둔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담의 타락 이후 우리가 마주해 온 땀과 고됨의 현실은 우리를 겸손하게 하나님을 의지하도록 기도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섭리적 도구였습니다.
그러므로 일론 머스크가 주장하는 ‘보편적 고소득’이 가져다주는 풍요는, 목적을 잃은 사람들을 더 깊은 영적 퇴보로 끌고 갈 수도 있음을 우리는 경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술이 우리의 땀과 고됨을 덜어 준다면, 그 여백이 무위도식으로 흘러가서는 안 됩니다. 그 빈자리는 결국 무엇인가로 채워지는데, 그때 우리가 채우지 않으면 세상이 채웁니다.
그러므로 그 여백은 더 깊은 섬김으로, 더 성숙한 제자도의 자리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 채워져야 합니다. 그리고 AI 로봇이 일을 대신할수록, 인간은 더 분명한 소명으로 살아야 합니다.

▲박순형 목사.
박순형 목사
웨이크신학원 교수
‘AI 시대 과학과 성경’ 강의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서기
극동방송 칼럼. 국민일보 오늘의 QT 연재
(주)아시아경제산업연구소 대표이사
이학박사(Ph.D.)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M.Div)
필리아교회 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