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데이터 선택·승인에도
마치 AI가 결론 내린 듯 착각
용어 바꿔도 문제 해결 안 돼
죄 근원, 용어 아닌 인간 마음
기술 목표 무엇인지 질문 의도
하나님 경외 인간 지혜 필요해
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어떤 이는 인공지능(AI)를 만능 비서처럼 기대하고, 어떤 이는 인간을 위협할 거대한 존재처럼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며, 우리는 그 기술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선 ‘지능’만으로 답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이는 ‘지혜’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지능은 주어진 목표를 더 잘 달성하는 능력입니다. 반면 지혜는 그 목표 자체가 선한지, 그것이 공동선과 인간의 삶, 윤리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까지 분별하는 능력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AI에 대한 논의는 중요한 한계를 드러냅니다. 그 이유는 AI는 점점 더 정교해질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지혜로워진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단지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상태에 있습니다.
성경은 인간을 중립적 존재로 보지 않습니다. 성경은 인간의 마음이 죄로 인해 왜곡됐으며, 그 욕망과 판단이 언제든 하나님을 떠나 자기중심적으로 기울 수 있음을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렘 17:9).
그렇다면 인간이 만들어 낸 기술 역시 그 자체로 선한 목적만을 향해 사용되리라 낙관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탐욕, 지배욕, 자기 확신, 게으름, 거짓을 더 빠르고 더 정교하게 실행하도록 돕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AI의 위험은 기계가 갑자기 악해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타락한 인간이 더 강력한 수단을 손에 쥐게 됐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쥔 인간의 마음은 여전히 죄의 문제 아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 자체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은 역사적으로 “인간이 하던 지적 기능을 기계로 구현한다”는 야심 위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이 표현은 자연스럽게 기계가 인간의 판단을 대체할 수 있다는 상상을 낳고, 나아가 기계가 인간보다 더 객관적이고 더 신뢰할 만하다는 환상을 강화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AI가 판단했다”, “AI가 결정했다”라는 식으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표현은 단순한 말버릇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인간이 설계하고, 인간이 데이터를 선택하고, 인간이 사용을 승인한 결과인데도, 마치 비인격적 권위가 알아서 결론을 내린 것처럼 책임을 흐리게 만듭니다. 이것이 ‘지능’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한계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보다 ‘인공지혜’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름만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죄의 근원은 용어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용어는 방향성을 나타냅니다. ‘인공지능’이 성능과 효율, 대체와 자동화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면, ‘인공지혜’는 적어도 기술의 목표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만듭니다.
곧 이 기술이 인간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가만이 아니라, 더 책임 있게 만드는가, 더 진실하게 만드는가, 더 공정하게 만드는가, 더 약한 자를 보호하는가를 질문하게 만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혜’는 기계가 지혜를 가진다는 선언이 아니라, 인간이 지혜의 기준 아래 기술을 다루어야 한다는 바람을 강력하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즉 ‘인공지혜’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기준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AI는 판단자가 아니라 도구라는 정체성의 명확성입니다. 둘째, 책임의 주체는 AI가 아닌 언제나 인간이라는 주체의 명확성입니다. 셋째, 기술의 목표를 효율이 아니라 선과 정의, 이웃사랑의 기준으로 먼저 규정해야 한다는 목표의 명확성입니다.
넷째, 기술이 성경의 권위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분명한 경계를 세워야 한다는 경계의 명확성입니다. 다섯째, 모든 결과는 검증되어야 하며, 특히 신앙과 진리의 문제에서는 반드시 성경과 신앙고백, 교회의 정통한 해석 전통으로 시험해야 한다는 검증의 명확성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인공지능이 아니라, 그보다 먼저 하나님을 경외하는 인간의 지혜입니다. 왜냐하면 위로부터 난 지혜는 순결하고, 화평하며, 관용과 긍휼, 선한 열매와 진실함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박순형 목사.
박순형 목사
웨이크신학원 교수
‘AI 시대 과학과 성경’ 강의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서기
극동방송 칼럼. 국민일보 오늘의 QT 연재
(주)아시아경제산업연구소 대표이사
이학박사(Ph.D.)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M.Div)
필리아교회 담임
